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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서바이벌 – HUG 임대인 보증보험 전세금 돌려받기

9월 6일: 기간 종료 통보

전세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문자 메세지를 보내자 집주인으로 부터 전화가 와서 사정이 좋지 않으니 전세계약 중도해지 합의서를 써주겠으니 그걸로 HUG에 보증금 신청을 하라고 한다.

9월 8일

이리저리 합의서 양식과 필요한 서류를 알아보고 나서 집주인에게 어디로 보내주면 사인해서 보내 줄래 물었더니 자기가 필요한 서류와 양식 정보를 이미 모두 가지고 있으니 내가 받을 곳을 말하라고 한다. 이 사람 프로다.

9월 11일

지난 주 금요일에 임대인이 보냈다던 중도계약해지 합의서가 등기로 도착했다. 미리 도장이 찍힌 서류들과 함께 선처 탄원서가 들어있었다. 그냥 잠수 타버려서 연락이 안된다던 다른 임대인 모씨와는 달리 서류도 잘 준비 해주고 해서 당장이라도 사인해서 보내주고 싶긴했지만 일단 잘처리 된 다음으로 미루고 일단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부터 해야한다.

9월 12일(D+0):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관할지법인 남부지방법원으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러 반차를 냈다.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다.

부동산 등기부등본(당해, 발급용)
임대차 계약서 사본
주민등록초본
임대차 종료 입증서류(내용증명 배달증명, 문자메세지 혹은 임대차 해지 합의서)

들고 간 서류들을 가지고 신청서를 작성하고, 송달료, 수수료, 인지세 등등 으로 대략 4만 3천원 정도가 들었다. 카드를 사용할 수는 있으나 추가 서류를 작성하기가 번거로울 것이라는 안내가 있어서 법원 내에 있는 은행에서 현금으로 지불 하고 영수증을 포함한 서류를 받아들고 다시 담당자를 찾아갔다.

다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 끝에 만난 담당자는 이리저리 꼼꼼한 첨삭지도를 한 다음 접수해 주면서 기간은 4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9월 27일(D+15)

아직 우편송달은 오지 않았지만 왠만큼 기다렸다 싶어서 안내 받았던 대로 법원의 홈페이지의 ‘나의 사건 검색’ 항목에서 사건 번호를 넣어 봤더니 엊그제 일자로 인용 결정이 되었고 아직 우편 송달은 완료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검색할 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등기를 확인해 봤더니 “교합대기”로 나오는 것으로 봐서 아직 등기가 모두 완료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신청으로 부터 대략 2주 정도 지났는데 오늘 부터는 추석기간이니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겠다.

10월 5일(D+23): 임차권 등기 완료

우편으로 등기내역이 도착했다. 등기사항을 조회해보니 주택임차권이 등기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드디어 보증보험을 신청 할 수 있게 되었다.

10월10일(D+28)

전경련에 있는 도시보증공사 서부지사를 찾아갔다. 지사별로 관할하는 임대인이 다른 모양인데, 입구에서 집주인의 주민번호를 이를 확인해 주신다. 주섬주섬 꺼내드는 서류에 적힌 임대인의 이름을 쓱 보더니 “(임대인이) OOO 에요? 그럼 여기 맞아요” 하신다. 이 지사 보증사고 1등 이랜다.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서 오픈런하는게 낫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후 2시쯤에 방문했더니 앞에 15명 있었다. 처음에는 금방 빠지겠거니 했는데 대기 예상 대기 시간은 무려 4시간 30분 이라고 나온다. 다들 이 긴 예상시간을 보고 다른 일을 하러 갔던 것인지 대기 순번이 없어서 건너 뛰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와중에 자기 번호가 이미 넘어 갔으니 먼저 처리해 달라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고 결국 2시간 정도가 걸려서 내 순서가 되었다.

적은 돈이 아니기에 예상은 했지만, 나름대로 꼼꼼히 준비해 간 서류였는데도 여러건의 빨간펜을 받았다.

  1. 보증 사고 접수는 계약 해지로 부터 2달 이후부터 가능하다. 즉, 나는 9월 11일자로 해지 계약을 했으니 11월 12월 부터 접수가 가능하다.
  2. 임대인의 인감 증명서는 관계 없으나 임차인의 인감 증명서(내꺼)는 등기사항이 포함된 접수일 1개월 이내의 것이 필요하다. 4부를 제출 해야 한다.
  3. 주민등록 초본은 임차권 등기 이후의 것을 제출해야 하며 이 것 역시 접수일 1개월 이내의 것이어야 한다.
  4. 부동산 등기부 등본은 법원의 등기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심사일정은 빠르면 한 달 정도 소요되고 새로운 주택을 구할 일정이 충분히 주어지니 계약서 상의 날짜에는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11월 13일(D+62): 전세 보증보험 신청

오늘은 오전 반차를 내고 오픈런 할 생각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지난 번에 필요하다던 서류를 준비 못했다. 서둘러서 동사무소에 들러 인감증명, 주민등록 초본, 등기부 등본을 챙기고 HUG로 달려서 9시 40분 무렵에 도착했는데 대기순번을 등록하고 보니 앞에 10여명이 이미 있었고 대기 예상시간은 1시간 30분 이라고 했다. 시간이 꽤 지나고 앞에 5명이 남았는데 여전히 대기 예상시간은 1시간 30분이라고 한다. 인원 수 당 시간으로 대기 예상시간을 계산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옆에서 들리기로는 한 사람당 대략 30분 걸린다고 하니, 1시간 30분은 표시되는 가장 큰 값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는 대략 30분 정도가 걸려서 내 차례가 되었다. 자신 만만하게 들이민 서류를 유심히 보던 다른 접수원은 일단은 접수하고 미비한 서류를 추가로 구비해서 보내주면 심사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보완 해야 할 서류 목록을 받았다.

  • 주택 임차권등기명령 법원 결정문의 원본: 사본은 안되고 원본이 있어야 함.
  • 신분증 사본: 누락되었으므로 추가해야 함. 양면 복사.
  • 전세금 입금 했던 통장 내역: 받는 사람의 이름이 나와 있어야 함.
  • 주민등록 등본: 원래는 등본/초본 중 하나로도 되지만 이왕 미비 서류 보완하는 김에 추가하라고 함.

다른 건 다 마련하면 되겠지만 법원 결정문 원본 서류를 찾을 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소중히 모셔 둔답시고 어딘가에 고이 보관한 기억이 있는데, 다른 서류들과 함께 둔 뭉치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어떡하냐 법원으로 달려야지 뭐…

법원에서 발급해 준 결정문 정본은 접수하고 인지세 1000원을 납부하자 곧바로 발급되었다. 보완 서류들을 우편으로 보낼 수도 있지만 4시 이전까지는 직접 방문해서 제출할 수도 있다. 다행히 보완 서류는 번호표를 뽑지 않고 빠르게 접수 할 수 있었다.

11월 14일 (D+63)

HUG로 부터 담당자가 배정되었다는 문자 메세지를 받았다.

12월 11일 (D+90): 심사승인!

5주 정도를 기다린 끝에 드디어 심사 승인되었다는 문자 메세지가 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사 할 집을 알아 봐야겠다.

12월 19일

지난주에 부동산에서 추천해 주었던 다섯채 중에 네채를 둘러 보고 이사갈 집을 결정했다.

1월 6일: 이사갈 집 계약

이사 갈 집에 대한 전세 계약서를 작성하고 HUG에서 받은 문자에 적혀 있는 담당자의 이메일로 “2월 29일에 이사예정이니 명도확인 절차에 대한 안내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메일을 보냈다.

안심전세 앱에 있는 악성임대인 조회에서 예전 집주인을 검색해봤더니 반환 채무가 65억이 넘는다. 크게 땡기셨고만…

2월 27일

관리회사에 연락 해서 관리비 완납 증명서를 받고 가스앱에서 이사예약을 신청했다.

2월 28일

이사예정일 하루 전이 되자 HUG에서 보증금이 입금될 예정이라는 카톡이 왔다. 저녁 6시 이후에 안심전세 앱에서 “명도증빙자료제출”을 누르니 자료를 올리는 화면이 나왔다.

2월 29일: 이사날

전기와 수도 요금은 모두 당일에 정산하고 영수증을 받는 것이 가능했는데 디지털 전기계량기의 전력사용량을 보는 방법이 복잡해서 조금 헤맸다.

인터넷도 끊겨있어서 4G잡고 천신만고 끝에 관련서류들을 모두 올렸는데,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와서 “전산이 고장나서” 서류를 확인 할 수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보증금 반환도 지연되고 있다고. 아뉘! 부동산, 집주인, 이전 살던 사람, 나까지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줄줄이인데 지금…

일단 이메일로 보완 할 서류가 있는지 확인해 주겠다고 해서 앱에 올렸던 내용을 담당자에게 모두 보내고 기다리자 확약서가 빠져있었다면서 양식을 보내 줄테니 자필로 써서 보내라고 했다. 이건 제출 서류에서 못봐서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가 모든 요금을 정산했고 이후에 문제가 있으면 책임지겠다.” 이런 내용을 쓰고 자필 서명을 했다.

그리고 얼마간 기다리고 있으니 시스템이 복구 되었다며 보증금이 들어 왔다. 최악의 경우에는 모두가 오후까지 기다리거나 이사가 나가리 될 수도 있었는데 어찌저찌 잔금을 치르고 이사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참조

보증이행 안내 https://www.khug.or.kr/hug/web/ge/er/geer001100.jsp

MBE academy의 먹튀와 경찰서에서의 시간낭비

다니던 영어학원에서 추석을 앞두고 학원을 이전한다는 안내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사가는 위치는 알려주지 않았는데 원어민 선생님들도 위치는 모른다고 했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 막상 추석 연휴 후에는 11월 부터 시작하겠다는 문자가 왔다.

쓸데없는 디테일과 정중함은 사기의 기본. 이 때까지도 이전 장소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11월이 되서 수업 예약을 하려고 연락을 했더니  연락이 되지 않아서 혹시나 하고 학윈에 가봤더니 기자재는 모두 빠지고 붙어있는 연락처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뿔싸!

이번엔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사업자 등록번호로 국세청에조회 해보니 10월 30일자로 폐업신고 되어있었다. 응?

이쯤 되면 인정하자. 당했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으니 남부교육청으로 배당되고 며칠후 연락이 왔다. 담당자의 이야기는 이 학원에 대한 여러 민원이 있었고, 현재는 영등포 경찰서 경제팀에서 이 내용을 이미 수사하고 있으니, 연락해 보라며 연락처를 주고 올린 민원을 취하해 달라고 했다.

영등포 경찰서에 연락을 했더니 결제한 카드 영수증을 가지고 방문해 달라고 한다. 책상 서랍에서 찾아낸 영수증과 함께 돈을 지불할 때 작성했던 계약서를 가지고 상담실로 가서 내용을 설명했더니 근무 하시던 분이 한참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형사: “이게전산에안뜨는데.. .. .. .. 그럼별건으로간다고요?”

‘별건으로 간다’는 건 아마도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각 사건을 별도로 판단하겠다는 의미 인 듯 싶었다. 중요한 건이라고 생각했으면 하나의 증거라도 더 모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통화가 끝난 후에는 기나긴 상황 설명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질문/답변이 이어졌다. 했던 얘기를 또 묻고 또 묻던 형사 아저씨가 계약서의 날짜를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형사: “선생님이거계약하신날짜가작년 5월이네요?”
: “..”
형사: “그리고시월까지는수업받으신거고.”
: “..”
형사: “그럼이건사기로못넣어요계약을할시점에의도가있었어야하는데이경우는수업을진행했잖아요.”
: “아뇨사기로고소하고싶진않고요남은수업료만돌려받으면돼요.”
형사: “그럼여기가아니라소액심판으로가셔야지..”
: “저더러영수증갖고여기로오라면서요..”
형사: “아니그래서지금이렇게알려드리는거잖아요.”

‘귀찮은거 한건 해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형사 아저씨의 기새등등한 반전공격에 혹시나 싶어 소액심판 청구를 알아보니 약 9만원 정도의 비용과 서류 작성하러 법원에 다니는데 추가로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학원 경영자가 잡혀서 받을수 있다는게 확실하다면 모를까 그냥 잃어버린셈 치자고… 잠시나마 20만원 정도 되찾을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던 순진함을 질책했다.

모든게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인데.. 학원이 저렇게 문자를 보내서 인테리어 업체 어쩌네 하며 나를 안심시키고 나서 뒤로는 폐업신고 한것도 사기의도로 볼 수 없는 건가?

아직 서버 비용은 남아 있는 모양인지 MBE academy홈페이지는 계속 열려 있다. 중국어 강사인 것 마냥 오해 하게 끔 팝업창에서 광고당하는 James 선생님과 늘 반갑게 맞아 주던 작가 Rachel 선생님, 잡학다식 해서 모르는게 없던 Allen 선생님, 타국생활에 대해 친절히 조언해 주시던 Stephanie 선생님, 영어 가르쳐서 버는 돈으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던 Peter 선생님, 90% 확률로 재계약 할꺼라고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던 Grant 선생님들께 마지막 인사도 못하게 되어서 무척 아쉽다. 덕분에 많이 배우게 되어서 고맙다는 말은 꼭 하고 싶었는데… 폐업할 때 남은 임금이나마 잘 받으셨기를 바란다.

또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원 경영하느라 고생하셨던 Jimmy S. Han 선생님 너 이 개새끼 두고보자!